마시즘에서 제공한 콘텐츠로 제작한 Whatever 스킨 데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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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요즘것들의 막걸리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밤. 친구가 주막을 지나치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 “비도 오는데 파전에 막걸리 어때?” 나는 손뼉을 치며 네 말이 옳다고 답했다. 그러자 술을 못하는 다른 친구가 질색팔색을 했다. “비 오면 당연히 커피지. 우리 카페 가고 있던 거 잊었어?” 나는 반성하며 말했다. 네 말도 옳다. 본격 황희 정승 코스프레.


신은 어째서 비 오는 날 코를 예민하게 만들어서, 술 익어가는 냄새와 커피 볶는 향을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 것일까. 운명은 우리에게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냐, 커피냐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냥 막걸리와 커피를 섞어버리면 안 될까?”


인생에 한 번 밖에 있을까 말까 한 소원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신이시여, 아니 국순당이시여! 왜!

» 막걸리카노, 세상에 다시없을 막걸리여


막걸리와 아메리카노의 조합. 막걸리카노의 출시 소식에 두 눈을 의심했다. “다 된 막걸리에 아메리카노를 뿌리겠다고?”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막걸리카노의 출시일만을 기다려왔다. CU편의점에서만 판매하며 가격은 한 캔에 1,500원이다.


편의점에서 막걸리카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얼굴이 열일하는 음료수이기 때문이다. 세련미가 뚝뚝 떨어지는 디자인은 그저 그런 음료수들 사이에서 돋보였다. 그동안 쌀, 보리, 농부 아저씨가 그려진 막걸리를 몰래 마셔야 했던 우리에게 SNS에 막밍아웃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의 음료수가 나올 줄이야.


막걸리카노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생쌀을 곱게 갈아 7일간 발효를 한 부드러운 막걸리와 MULTI-STAGE SPRAY DRIED공법으로 만들어진 로스팅 커피와의 브랜딩으로 입안 가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막걸리입니다” 커피파우더를 섞은 막걸리를 이보다 더 고급스럽고, 군침돌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조선의 깔루아밀크를 마셔보자


막걸리카노의 뚜껑을 열자 시큼한 커피 향이 번진다. 컵에 따라 보니 우유색의 막걸리도, 검은색의 아메리카노도 아닌 카라멜 빛의 음료가 나왔다.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보니 마시기도 전에 당황한 것은 사실.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눈을 딱 감고 한 모금 들이켜봤다.


눈과 코는 막걸리카노의 존재를 의심했지만 마셔보니 이것은 막걸리가 맞았다. 대신 기존의 막걸리보다 첫 모금이 훨씬 달콤하고 끈적하다. 그러다 마지막 모금에서 시큼한 막걸리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커피 칵테일인 깔루아밀크가 한국식으로 만들면 이런 맛이 날 것 같다.


막걸리카노는 커피보다는 막걸리 맛의 존재감이 컸다. 하지만 파전보다는 츄러스가 생각났다. 막걸리카노를 다 들이킨 후에 입안에 남는 커피 향 때문이다. 향이란 음료수는 물론, 마시는 사람을 변하게 하는구나. 내가 막걸리 안주로 츄러스를 먹게 될 줄이야.

» 막걸리카노를 마시면 잠이 올까, 깰까?

막걸리카노의 알콜도수는 4%다. 6%남짓인 막걸리보다는 낮은 도수지만, 우리가 자주 마시는 맥주가 4.5% 내외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알콜과 대적하는 성분이 있으니 카페인이다. 막걸리카노에는 제법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다. 103mg으로 핫식스보다 높고, 레쓰비보다 낮다.


혹시 성분만 보고 ‘카페인의 각성상태에 기대어 과도한 음주를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때마침 ‘고카페인+알코올 막걸리카노 괜찮은 걸까?’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괜찮다(…) 우리의 막걸리카노는 한 캔 정도를 즐겁게 마실 수 있지만 2,3 캔을 내리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맛이라 강제 조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막걸리카노를 마시는 걸까? 50~60대가 주 소비층 인 막걸리 시장에서 젊은이들에게 막걸리를 어필하려는 국순당의 짠내 나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엄청나게 맛있는 인생 막걸리를 찾은 기분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에 한 번 있을 커피막걸리를 즐겁게 마셔보는 것도 즐거운 선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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